올 봄 들어 우리나라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양봉협회 소속 농가를 대상으로 꿀벌 실종 피해조사 결과 4159 농가의 38만 9045개 벌통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적으로는 약 70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꿀벌 실종현상은 세계적으로는 수년전부터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2006년 집단 실종이 처음으로 보고됐습니다. 2017년 유엔은 2035년이면 꿀벌이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은 이상 기상현상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그렇다면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에게는 어떤 피해가 발생할까요?
[사진 = 한화그룹 제공]
◇ 꿀벌이 사라지면 식탁 인플레이션이 폭발한다?
항간에는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멸종한다”는 이야기도 떠돌 정도로 꿀벌이 생태계 순환에 없어서는 안 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이야기를 체감할만한 프로젝트가 미국 뉴욕에서 진행됐습니다.
미국의 미생물기업 시드는 2019년 인간 식생활에 꿀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뉴욕 식당들과 협력했습니다. 꿀벌이 멸종하면 사라질 수 있는 음식들을 제외한 아침식사를 선보인 것입니다. 식탁에는 꽃가루받이 없이도 자라나는 뿌리채소로만 가득한 음식들이 올라왔습니다. 샐러드에는 아보카도, 자몽, 베리, 오이, 완두콩 등 꿀벌 수분이 반드시 필요한 작물들이 사라졌습니다. 당연히 드레싱으로 뿌릴 꿀도 없었습니다. 소의 사료인 작물이 줄어들면서 유제품뿐 아니라 소고기도 사라졌습니다. 단백질로는 캐비아만큼 비싸진 민물 생선구이 한 토막이 올라왔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면서 생태계가 망가져 물고기 개체수가 줄기 때문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1500여 재배 작물의 30%와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세계 100대 작물 중 71 %가 꿀벌을 통해 수분을 공급한다고 합니다. 만약 이렇게 계속 꿀벌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벌들의 수분을 통해 생장하는 식물들은 열매를 맺을 수 없게 돼 멸종할 수 있습니다. 100대 농산물 생산량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줄어드는 일은 인류에게 대재앙이 될 것은 너무 뻔한 일입니다. UN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약 78억명인 세계 인구가 2100년 약 110억명에 달해 식량 수요는 늘어 날 것이지만, 꿀벌의 개체 수는 정체 하거나 줄고 있어 인구대비 꿀벌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새뮤얼 마이어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교수 연구팀은 2015년 국제학술지 ‘랜싯’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난과 영양실조로 한 해 142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농작물 생산이 매해 약 24조 원에서 28조 원 정도 되는데 그중 6조 원 이상이 꿀벌 등이 화분 매개에 의한 생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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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 강자 한화, 꿀벌 지키기에 나서다
한화솔루션을 보유한 한화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곳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한화그룹은 자신들의 장기를 살려 꿀벌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한화그룹이 ‘UN 세계 꿀벌의 날’인 20일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탄소저감벌집인 솔라비하이브(Solar Beehive)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꿀벌의 생육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개체 수를 늘리고 생물다양성 보존과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한화가 국립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솔라비하이브에는 약 4만마리 꿀벌들이 살며 교내 실습용 과일나무와 주변 지역 식물의 수분에 도움을 주게 됩니다. 이 꿀벌들의 생육 및 활동 데이터는 꿀벌 개체 수 관련 연구에 활용 예정이며 한화는 이를 위해 한국농수산대학교와 지난 11일 MOU도 체결했습니다.
한화의 솔라비하이브는 꿀벌들의 생육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벌통과 벌통에 전력을 공급하고 제어하는 외부설치물로 구성됩니다. 벌집 상단에 설치한 태양광 모듈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벌통 내 온도, 습도, 물과 먹이 현황을 확인하고 제어하며 벌통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앱으로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이 적용됐습니다. 또 말벌 같은 꿀벌의 천적 출몰을 소리 측정과 분석을 통해 탐지하는 기능도 탑재했습니다. 말벌이 접근하면 솔라비하이브의 입구가 꿀벌만 지나갈 수 있는 작은 통로로 전환해 말벌의 침입을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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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태양광 발전소의 주변 환경을 잘 활용하면 꿀벌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작년 12월 ‘영국·프랑스 통합생태학회’에서 발표됐습니다.
영국 랭커스터대 생물학과 연구진이 영국 내 태양광발전소 위치와 주변 지역 꿀벌 개체 밀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태양광발전소 반경 1km 이내의 꿀벌 개체수가 다른 농경지보다 최대 4배 많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영국의 태양광발전소 주변이 공원 형태로 조성되어 다양한 식물로 꾸며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또 미국과 유럽에서도 태양광 발전소 인근 지역의 식생을 활용하여 양봉을 병행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 하부에 야생화를 심어 꿀벌과 나비 등 수분 활동을 하는 곤충들에 적합한 서식지를 조성하는 방식입니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산업곤충학과 김혜경 교수는 “솔라비하이브는 꿀벌의 발육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병해충 등의 위험 요인을 즉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어 꿀벌의 개체 수 증식 및 종 보존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